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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방기곡경(旁岐曲逕)펌 글 2009. 12. 25. 21:46
방기곡경(旁岐曲逕)
한해를 정리하는 세밑이다. 다사다난했던 일들을 시시콜콜하게 꼬집어가며 잘잘못을 들춰낼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좋은 일과 궂은일을 따져봄이 좋으리라. 특히 올해는 예년과 달리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인재나 천재지변의 비화(悲話)는 아니다. 다만 연일 정치권이 뱉어내는 돼먹잖은 꼼수에 신물이 난 한해였다. 여전히 한국사회는 경쟁으로만 치닫고, 공약(公約)은 단지 공약(空約)에 지나지 않았다.
하여 서민들의 삶은 어느 굶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을 뿐더러 오히려 더 열악하기만 했다. 연일 불거지는 각종 정책들, 하지만 세종시 문제와 4대강 개발은 모르쇠로, 일방적으로 강행하려는 정부여당의 뚝심(?) 탓에 서민들의 화급한 목소리와는 별개로 딴지만 걸고 있다.
여성 포털 사이트 ‘언니네’는 21일 "정치계, 법조계, 경찰계. 사회 문화계에 걸쳐 총 14명의 '2009 꼬매고 싶은 입' 후보를 선정해 재봉틀 상에는 이명박 대통령, 대바늘상에는 홍광식 민주당 서울시의원, 본드상에는 박범훈 중앙대 총장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인물에 선정돼 한 여성단체로부터 달갑지 않은 상을 받게 됐다. '언니네'는 이 대통령이 지난 6월 '아이낳기 좋은세상 운동본부' 출범식에서 "(아이 키우느라 자신이) 희생될 수 없다는 당당한 사고를 가진 여성분이 많은데…. 자아실현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기르면서 느끼는 행복감도 크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2009 꼬매고 싶은 입'으로 보답했다.
또, 민주당 홍광식 서울시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 여성가족정책관 2008년도 결산심사 도중 "양성 평등 한다면 좀 저속한 말로 하면 개판 됐어. 여성들이 애도 안 낳고 이혼을 하고 남편 말도 안 듣고 가정도 안 돌보고"라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박범훈 총장은 지난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초청강연회에서 자신의 여제자를 가리키며 "이렇게 생긴 토종이 애기 잘 낳고 살림 잘하는 스타일이다. 조그만 게 감칠맛이 있다"라고 말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밖에 상을 타지는 못했지만 '2009 꼬매고 싶은 입' 후보에 오른 사람은 정치계에선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 법조계에선 한승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 이정권 서울중앙지법 판사 · 박시환 대법관 · 이태수 수원지법 부장판사, 경찰계에선 이명균 경기지방경찰청 강력계장 · 강희락 경찰청장 · 서울강남서 모 경찰 · 용산참사 추모대회 채증 경찰, 사회문화계에선 정흥수 민속놀이 추진위원장, 모 해외선교단체 조 목사 등이 있었다.
말 많은 세상이다. 그만큼 씨도 먹히지 않는 말을 너무 쉽게 하고 있다. 적어도 한 나라를 책임지고, 우리 사회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분들이 생각머리가 없는 말을 함부로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서민을 생각하고, 여성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한번쯤은 자신이 하는 시답잖은 말로 고통 받고 분개하는 사회적 약자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공인으로서 책무성을 인식한다면 시정잡배들의 시시껄렁한 막말과 달라야 한다.
교수신문은 지난 8~14일 전국 각 대학 교수 및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 주요 학회장, 전국대학 교수(협의)회 회장 등 2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 한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방기곡경(旁岐曲逕)'이 선정됐다. 방기곡경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 길이 아닌 ’샛길과 굽은 길‘을 이르는 말로, 바른길을 좇아서 정당하고 순탄하게 일을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하는 모양을 비유할 때 많이 쓰인다.
교수신문은 또 방기곡경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것은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추진, 미디어법 처리, 용산사태 등 굵직한 정책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타협과 협의를 이루지 못한 채 샛길과 굽을 길로 돌아갔음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 정말이지 올 한해는 그저 입에 주워 담기에도 거친 말들이 많았다. 수천수만의 민초들이 생업을 전폐하면서까지 소원하고 청원하였건만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받아들여진 게 없었다.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 교육계도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데면데면했다. 소똥 무더기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데 이 차가운 날씨에 길거리에 나앉은 사회적 약자들의 비통감은 여느 해보다 더하리라. 정치는 백성을 배불리 먹이는 데 있다고 한 옛말이 새삼스럽다.
출처 : 청개구리학교배꾸마당글쓴이 : 박종국 원글보기메모 :'펌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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